산행후기

파노라마 릿지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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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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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라마 릿지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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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파노라마 릿지 트레일을 오른 적이 5번째이다.
파노라마 릿지 정상까지 오른 것은 처음 두 번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오늘처럼 정상 바로 아래 호수가에서 점심을 먹고 즐기다 내려왔다.

물론 정상에 오르면 그 절경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아마도 BC 주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절경이다. 내가 올라 본 정상 중에서는 단연 압도적으로 최고이다. 신체적인 능력이 허락한다면 한 번 정도는 이를 악물고 올라갈 만한 곳이다. 나는 두 번 모두 이를 악물고 올라갔다. 매번 전신의 에너지가 모두 고갈되는 느낌을 받았다. 체력이 허락하는 사람은 매번 올라가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두 번이나 올랐는데 더 이상 죽을 힘을 다해서까지 올라가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여름이 되면 이 파노라마 릿지 트레일 생각으로 애를 태운다.
다름이 아니라, Taylor Meadow Campground에서 시작하는 Taylor Meadow Trail과 파노라마 릿지 정상 바로 아래 Panorama Ridge Trail까지 5Km의 초원이 너무나 좋아 가고 싶어 안달이 나는 것이다. 올해에는 어떻게 거북이 3총사가 우연히 일치로 의견 투합하여 2022년 8월 20일(토)에 오르게 되었다.

도교에는 동천복지(洞天福地) 즉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아 신선이 산다고 하는 곳으로 말 그대로 기운이 아주 좋은 곳을 말하는데, 내가 둘러본 BC 주의 산들 중에 이렇게 기운이 좋은 곳을 본 적이 없다.

이곳의 기운이 너무 좋아 한 번은 몇 사람과 함께 Taylor Meadow Campground에서 일박을 하면서 이곳 기운을 받고 다음 날 Black Tusk를 오른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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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복지 즉 무릉도원이 먼 곳에 있는 곳이 아니라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고 낙원인 것이다.
인도의 살아 있는 성자라고 추앙 받았던 라마 크리슈나가 칼리 여신상 앞에서 홀연 황홀경에 빠져 의식을 잃어버리듯, 이곳에 이르면 그 말할 수 없는 어머니 가이아 여신(지구의 여신)의 풍요롭고 무한한 사랑이 넘치는 따뜻한 기운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어린아이가 엄마 품에 안기듯 한없는 포근함과 안정감에 모든 것을 맡기고 의식을 내려놓게 된다.

서양에 동양의 선을 알린 선사로 유명한 일본의 스쯔기 선사에게 어느 날 도교제국대학 교수가 찾아와 한 수 삶의 가르침을 청하였다.
이에 스쯔기 선사가 말하기를, “교수님 차나 한 잔 하시지요!”, 그러면서 차를 따르는데 찻물이 찻잔을 넘쳐 바닥을 적시는 데도 스님께서 계속 차를 따르기에, 교수가 말하기를, “스님, 차가 넘치고 있습니다.” 이에 스쯔기 선사가 말하기를, “교수님의 마음이 교수님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니 무슨 말인들 받아 들일 수 있겠습니까?”

지난 일주일간 사바세계에서 일어났던
슬픔과 기쁨, 증오와 사랑, 분노와 용서, 고통과 쾌락, 절망과 희망, 좌절과 용기 – 이 모든 것은 단지 감정의 색깔만 다른 것뿐으로 모두가 에너지의 분출일 뿐이다. 몸에 남은 이 감정의 찌꺼기들을 다 내보고 즉 감정에 붙어있는 에너지를 다 분출하고 감정의 색깔만 남기는 정화과정을 갖는 것이다. 이 감정의 색깔은 소중한 나의 자산으로 영원토록 진화하는 영혼의 정체성의 중요한 기초가 되는 것이다. 영혼에 있어 나라는 색깔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그 자체를 지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떤 감정도 좋고 나쁨이 아니다. 실패를 해보지 않은 자는, 절망을 해 보지 않은 자는, 좌절을 해보지 않은 자는, 고통을 당해보지 않은 자는 언젠가는 영혼의 진화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느껴야만 하는 과정인 것이다. 어떤 것이 좋은 것이고 나쁜 것이 아니다. 모두가 영혼의 진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다. 단지 그 감정에 에너지를 부여하여 그의 노예가 되고 그에 빠져 죽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 색깔 그 느낌 만을 간직하고 거기에 에너지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이 모든 감정을 느끼기 위하여 이 땅에 온 것이다. 상대세계의 한
쪽 만을 느끼려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상대세계 모든 것을 느끼려 이곳에 온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상대세계인 사바세계에 나온 것이다.

수모를 당한다. 그냥 나에게 주어지는 수모를 본다. 젊어서는 이를 갈았으나 지금은 그저 그 수모를 느끼고 바라본다. 이 감정이 이 생에서 이 땅에서 내가 느껴야 할 감정이구나!

더 나아가면 그 수모를 느끼게 해 준 그가 더없이 고마운 것이다. 이 우주에서 어느 누가 욕을 먹어가면서 남에게 필요한 것을 가르쳐주려고 하는가? 그런데 나에게 손수 수모를 가르쳐 준다. 젊어서는 이를 갈며 밤새 분노하고 잠을 자지 못하였지만 이제는 고마울 뿐이다. 나에게 인연으로 얽혀진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온갖 감정들을 가르쳐주려고 저렇게 24시간 노력하고 그렇게 연극을 잘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가슴이 미어진다.

이제 선악과가 무엇을 말하는지, 공(절대세계)에서 나와 사바세계(상대세계)를 거쳐 다시 공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처음의 공과 나중의 공은 같은 공이지만 이미 같지 않은 공이라는 설법이 무엇을 말하는지 아주 희미하게 다가온다.

오늘 이곳 가리발디 초원의 어머니 여신의 품에서 마음껏 재롱 피우고 대화하면서 지난 일주일 간의 모든 감정의 찌꺼기 에너지를 비워내는 것이다.
그래야만 또 일주일의 사바세계에서 다양한 새로운 감정의 에너지를 마음과 영혼에 채워 성숙해지고 진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어느 분이 찾아와서 위장관내에 종양이 있는데 그것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고 걱정하면서 내가 글을 쓰는 내용을 보고는 자기도 간혹 산을 오른다고 하기에, 소화기 계통의 모든 병은 거의 다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니, 산을 오르면서 모든 감정의 찌꺼기를 내보내고 자연에서 오는 맑은 기운을 받는다고 생각하면서 산을 오르라고 일러주었다. 숨을 내 뱉으면서 모든 감정의 찌꺼기를 내보내고 들이마시면서 자연의 그 맑은 기운을 다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라고 알려주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으로 많은 부분의 스트레스가 나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을 어쩌고 저쩌고 판단하고 열 받고 스트레스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남에 관한 판단과 관심을 멈추라고 일러주고 나와 관련된 사람의 일이라 할지라도 가능하면 감정을 자제하라고 권고하였다.
솔직히 나는 내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24시간이 모자라는데 어찌하여 나와 아무 관계도 없는 남의 인생에 관하여 생각하고 판단하여 감정을 만들어 낼 여유가 어디 있냐고 말해주었다.
우리 아이 진수와 그가 중학교 3학년 일 때부터 삼겹살에 소주를 같이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같이 나누어 왔는데 그 중 하나는 절대로 남의 이야기 뒷담화 하지 않으면 인생의 화의 99%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해야 될 상황이면 칭찬만을 해야 한다. 나쁜 이야기하려면 대 놓고 꼭 직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가슴이 저며 오는 일은 세상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 어리 석음이다. 세상 티끌만큼도 속일 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습이 쌓여 잘 벗어나 지를 못한다.

또 하나 가리발디 파노라마 릿지 트레일이 좋은 점은
오르는 길이 지그재그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오르는데 그렇게 위험한 곳도 없고 경사도 비교적 일정하게 완만하다는 것이다. 급경사도 없고 급한 굴곡도 없이 일정하게 계속되는 완만한 경사의 지루하게 반복되는 오르막이라는 것이다.

오르는 것이 가파르고 위험하면 그곳에 집중하느라 무아지경에 빠질 수가 없다. 집중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의식 자체를 완전히 놓아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위험하기 때문에!

이 가리발디는 그 시작부터 무아지경에 빠지기 너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위험하지도 아주 힘들지도 않은 것이다. 그저 오버 페이스만 하지 않으면 바로 무아경에 들 수가 있는 것이다.
아무 생각도 없이 자기 속도에 맞추어 그저 쉬임없이 걸으면서 얼마를 걸었는지 얼마나 돌았는지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저 걷는 것이다. 그렇게 오르다 보면 걷는 다는 생각 자체도 없어지는 무아지경에 테일러 메도우에 도착하게 되고 그러면 아주 완만한 평지와 같은 수준의 무릉도원의 초원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는 더욱 안전하고 그 기운이 너무 좋아 황홀경의 무아지경에서, 걷는 것인지 아닌 지 아무 생각도 없이 깊게 빠져 그저 술 취한 사람처럼 실성한 사람처럼 어느 때는 지팡이가 질질 끌리는 것도 모른 채 걷기도 한다.
등산을 할 때마다 안전이 확보된 곳에서는 수시로 이런 상태에 들어가고는 한다.

등산을 하면서 일주일간 사바세계에서 지내면서 얽히고설킨 인연에 따라 벌어진 온갖 감정의 찌꺼기들이 떠올라 무아경에 들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어찌 할 것인가?

그 첫번째 방법은 탁틱한 스님으로 인하여 한국 사회에 많이 알려지게 된 비파사나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다. 떠오르는 감정을 그저 바라보는 것이다. 나의 생각과 일체의 감정과 사념을 또 다른 사람이 보듯이 타자가 되어 바라보는 것이다. 내 안에 사념과 감정을 일으키는 나와 그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내가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 사념에 에너지를 불어넣지 않게 되어서 앞에서 말하듯이 감정의 정화가 일어나게 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사바세계의 얽히고설킨 인연이 너무 강하여 도저히 그 생각이 지워지지 않으면 그 문제자체에 몰입을 하는 것이다. 그 문제 자체만을 24시간 생각하듯이 등산하는 내내 그 문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인 『초인생활』 최근에는 『히말라야 성자들의 삶과 가르침』으로 제목이 바뀌어서 번역 출판된 책 속에 예수님은 말씀하기를 이런 식으로 문제 자체에 집중하여 몰두하면 문제 자체가 스스로 해결책을 말하여 준다고 한다.
사실은 이 방법이 한국의 간화선이고 화두인 것이다. 자기의 고민을 화두로 삼는 것이다. 24시간 철저히 그 생각만 하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화두가 풀리는데 그것을 앞의 책에서 예수님이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가리발디 파노라마 릿지 트레일처럼 안전하고 기가 막히게 좋은 기운으로 넘치는 곳에서는 시작부터 바로 일주일간 풀리지 않았던 문제를 화두로 삼아 삼매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몸도 마음도 문제도 모두 풀리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앞에서 말하였듯이
호흡에 집중해서 날숨에는 모든 나쁜 기운을 내 뱉고 들숨에는 자연의 맑은 정기를 한없이 받아 들인다는 생각에 깊게 빠지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자연과 하나가 되어서 들숨과 날숨 매순간 자연 그 자체와 하나가 된다는 생각 일념으로 걷는 것이다. 이 방법에서 발전해서 배꼽 아래 3센티 또는 5센티 정도 되는 곳의 단전으로 자연의 모든 기운이 들어오고 나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호흡에 집중하는데
들숨을 하나 둘 둘까지 세면서 들어 마시고 날숨을 2번 내 뱉는 것으로 시작하여 점차 늘려 들숨에 24까지 세면서 들어 마시고 날숨을 24까지 세면서 내 뱉는 것이다. 그러나 절대로 무리해서 늘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부작용이 따른다. 이를 평지를 걸을 때나 산을 오를 때나 혼자서 집중할 수 있는 여건만 주어지면 계속하여 수련하는 것이다. 그래서 날숨 들숨이 24번 셀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날숨 24번하고 숨을 멈추기를 24번 하고 다시 들숨 24번 하고 다시 멈추기 24번 하는 것이다. 날숨과 들숨 사이에 쉬는 숨을 각기 동일하게 넣는 것이다. 이는 도교의 수련법의 하나로 이 정도가 되면 도의 경지에 오른다고 한다. 기운이 좋은 깊은 산에서는 더욱 좋을 것이다. 가리발디 초원 같은 곳에서는 이 모든 방법을 시행하기에 극상의 좋은 조건들이다.

이 방법들이 별로 라면
끊임없이 “주기도문”을 외우거나 “반야심경”을 외우는 것이다.
아니면 “아멘”, 또는 “나무아미타불”, 아니면 “옴”을 끊임없이 외우면서 오르는 것이다.

이도 저도 다 싫으면
바로 무념의 상태에 빠져 드는 것이다.
이는 아주 고수인 것이다.

라마 크리슈나는 칼리 여신을 어머니로 여기고 그녀를 끔찍하게 앙망하며 많은 시간을 바쳤으나 결코 만날 수 없어 마지막에 칼리 여신상 옆에 걸려 있던 칼을 들어 자신의 심장을 찌르려는 순간 칼리 여신이 나타나 그냥 정신을 잃게 된다. 그 후로는 칼리 여신상 앞에 서기만 하거나, 나중에는 생각만 하여도 바로 삼매경에 빠져 들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나는 매년 여름이 되면 가리발디 파노라마 릿지 트레일 생각으로 끙끙거리게 된다. 올해는 우연히 3사람이 의견 일치되어 다녀오게 되었다.

별로 산을 잘 타지 못하는 내가 그간 다녀 본 바로는, 파노라마 릿지 트레일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엘핀 레이크가 어느 정도 이와 유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단체로도 사계절 수도 없이 다녀 왔지만 가깝기 때문에 작년에는 혼자서도 다녀왔다.

이 엘핀 레이크 트레일을 어느 해는 10월초에 밤 8시에 오르기 시작하여 깊은 밤 요요한 달빛에만 의지하여 그 산 등정을 하염없이 무아경에 걸었던 그 느낌을 무엇이라 표현할 수가 없다.

레인보우 레이크 트레일이 오르는 중간에 무릉도원과 같은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 있다. 파노라마 릿지의 초원에 나무 길을 내어 놓듯 레인보우 산에도 중간에 그런 곳이 있다. 그곳 주위가 비교적 기운이 좋은 곳이다.

브랜드 와인도 어느 정도의 목초지를 갖고 있지만 그곳의 기운은 별로다. 2-3번을 메도우에서 하룻밤을 잦지만 그 기운은 파노라마 릿지의 초원과는 비교 조차가 되지 않는 곳이다. 음기가 차가운 기운이 너무 강하다.

산을 오르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대부분 정상정복(?)을 목적으로 한다. 그 자체로 좋고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도 하나의 목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목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목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는 난이도는 정상에 오르는 것만을 목적으로 삼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산을 오르는 목적이 정상에 집착하지 않고 어디서든지 홀로 자유자재로 자족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산도 난이도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날의 몸 컨디션과 마음의 상태에 맞추어 파노라마 릿지 정상에 오를 수도 있고, 그 밑 호수가에서 발 담그고 놀다 올 수도 있고, 그 전에 초원의 말할 수 없이 맑고 신비한 물이 흐르는 시냇가에서 발 담고 등목하고 놀다 올 수도 있고, 테일러 메도우 캠핑그라운드에서 밥 먹고 셀터에서 한 숨 자고 내러 올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산을 오른다면, 그 어떤 곳에서든 홀로 자유자재로 노닐 수만 있다면 장자의 소요유는 아니지만 그곳이 바로 낙원이고 극락이 아니겠는가?

장자에서 백정의 소 잡는 칼이 평생 소를 잡아도 날이 무뎌지 지를 않아 갈 필요가 없다 하듯이, 어느 산을 다녀와도 어느 경계에서 내려와도 되는 것이니 무리하 지를 않으니 늘 자족함으로 날이 무디어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하수는 소를 잡아도 억지로 잡으니 한 번만 잡아도 날이 다 빠져 못 쓰게 되듯 나 같은 하수는 산 한번 다녀오면 온갖 억지를 쓰니 온 몸에 문제가 된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올라간 곳으로 내려오는 등산이라면 아무 곳에서나 홀로 자유자재로 즐기고 있다가 내려오는 팀과 합류하면 되지만 싱잉패스처럼 오르는 곳과 내려오는 곳이 다르면 어찌합니까? 그러면 전체에 민폐를 끼치게 되지 않습니까?

싱잉패스도 3번을 갔다. 모두 다 러셀 레이크에서 일박을 하고 싱잉패스를 가는 일정이었다. 일박을 하기 위해서 나에게는 엄청난 무게의 배낭을 짊어지고 두 번은 싱잉패스를 지나 곤돌라를 타고 내려왔고 한 번은 다음날 날씨가 나빠서 그대로 내려왔다.

싱잉패스의 경우도 같이 올라 점심 먹는 곳에서 바로 내려갈 것인가를 결정하면 된다. 싱잉패스의 코스도 올라가는 코스가 그 보다 좋은 산림욕이 없을 정도로 아주 기운이 좋은 코스다. 이렇게도 가보고 싶었는데 올해는 하지를 못했다. 내년에는 의기투합하는 사람들을 모아 이렇게 한 번 다녀 와야겠다. 그 정도로 이 오르는 코스가 기운이 좋다. 따라서 자기 체력에 맞추어 점심을 먹고 바로 내려오거나 아니면 러셀 레이크를 갔다 내려가거나 아니면 싱잉패스를 거쳐가거나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누구나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림벨리 계곡을 끝까지 지나 하니스 밸리를 올라 또 몇 개인지 모를 산 등정을 오르고 내려 그라우스 마운틴에서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는 코스를 2번 올랐는데, 이런 경우도 림벨리 계곡 끝에서 돌아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면 된다. 아니면 림벨리 계곡 중간에서 발 담그고 놀다 내려가도 되는 것이다. 단 이 코스는 일단 하니스 협곡에 들어서면 뒤돌아 가기가 난감해지니 림벨리 계곡 끝에서 잘 결정해야 된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어느 누구나 모든 산행에 참여할 수 있고, 난이도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정상을 반드시 올라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난이도는 중요한 것이다.

그 어느 곳도 홀로 자유자재 자족할 수만 있다면 문제될 곳이 없는 것이다.
산을 위하여 산을 오르는가 아니면 내 자신을 위하여 산을 오르는가?

삶이란 정상이 없다. 올라야 할 정상이 없는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등산을 하듯 삶에 정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되었다고 달라질 것 하나도 없다. 그저 한 인생일 뿐이다. 재벌이 되었다고 달라질 것 하나도 없다 그저 많은 인생의 경우 수 중에 하나일 뿐이다. 모두가 하루 24시간 기껏 많아야 밥 세끼 일년 사계절 백 년을 못 살고 가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하루에 밥 열끼 25시간 일년 500일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이미 대통령이었거나 재벌이었거나 아니면 앞으로 거쳐갈 것이다. 무한한 시공간의 우주에서 그 무엇이 불가능하겠는가? 연극 배역의 순서가 사람마다 다른 것뿐이다.

빨리 오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쉼 없이 오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까뮤의 시지시프의 신화에서 말하듯
정상까지 오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죽는 그 순간까지 다시 일어나,
오를 수 없는 정상을 향하여 올라가고자 하는
인간의 그 의지,
그 자체가 아름답다고 하였듯이,
산을 잘 타지 못하지만 내일도 또 산에 오를 생각을 해 본다.

파노라마 릿지를 그리워하면서 또 내년을 기약해 본다.
가이야 여신을 생각만 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년에는 정상까지 한 번 올라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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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그레이스님의 댓글

  • 그레이스
  • 작성일
이 좋은아칭에~~
마음으로 감동글 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평안한 하루되세요 ^^

데레사님의 댓글

  • 데레사
  • 작성일
ㅎㅎ 잘읽었습니다.
참 좋은 후기 입니다. 저도 가보고싶군요.
감사합니다
Total 114 / 1 Page
파노라마 릿지 아래서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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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sanggee
등록일 11.03

조영숙님께서는 시애틀에서 가까운곳에 따님이 사시어 가끔 내려오시면 시애틀 산행방 대원들과 산행을 하십니다. 이번에는 워싱턴주에서 낙엽송으로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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